그러게나 말이다.
글에 취미도 흥미의 '흥'따위도 없던 내가, 어쩌다가 일기도 안 쓰다가 글을 쓰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냔 말이다. 회사에서도 쓰기 싫은 이메일은 3시간도 넘게 붙잡고 있는데 혼자 힘으로 엉덩이 쿡 붙일 수 있으려나. 손가락을 움직이면서도 의문이 살짝 들지만 어쩌겠어? 이렇게 스리슬쩍 시작하다 보면 일상이 되어있겠지. 원래 습관이 되려면 그런 거니까.
서론은 이만하면 됐다. 일기도 안 쓰던 내가 블로그를 하게 된 이유는 :
1. 꾸준함에서 오는 대단함
Youtube 알고리즘에 유퀴즈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월가 28년 차 애널리스트 신순규 이사님은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에세이를 쓰는 게 모닝 루틴이라고 한다. 사실 이 영상이 오늘의 촉매제이다. 꾸준함 만큼 대단한 것도 없다. 내 대학동기는 어릴 때부터 지니고 다니는 일기장이 있는데, 해외 전공 연수에서 룸메이트였을 때에도 자기 전에 꼭 책상에 앉아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했다. 나는 그 순간에도 핸드폰으로 쓸데없는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 친구의 모습이 예쁘고 대단해 보였다. 지난달에 2년 만에 만났는데 꾸준히 쓰고 있더라. 나보다 어리지만 생각도 깊고 바른 친구라서 만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존경심을 표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내 생각과 목표를 꾹꾹 담아서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어떤 의미든)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2. 나만의 기록 공간
나는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 기록용으로도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부담스러웠다. 평범하고 조용한 내 일상살이를 기록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다이어리도 사면 며칠 쓰다가 말고, 내년에 새로 시작하자는 부질없는 다짐이 매년 반복되곤 했다. 지나고 보니 어젠 뭐 했더라? 일 년 전 오늘 나 뭐 했더라? 궁금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생활이 언젠가부터는 지루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져서였을까. 그동안 나 뭐 하며 살았더라, 그때 뭐가 재밌었는데 뭐였지? 시답지 않은 에피소드도 잠시나마 돌이켜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일기를 안 쓴 게 더 아쉽더라. 나 일상을 더 소중하고 기억될 수 있게 만드는 건 내 자신이니까. 29살인 지금도 늦지 않았다. 39살일 때 나는 10년 치 기록이 쌓였을 테니까, 그때는 그때 나름 내 과거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3. 29살이 되어보니까
29살이 되니까 뭐라도 하고 싶었다. 누가 보면 대단한 나이도 아니지만. 놀기 바쁜 9살 때도, 우울했던 19살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고민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나이 같다. 만 3년차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정신이 좀 든다. 나 이제 뭐 해야 하지?라는 생각 말이다. 그동안 학업, 진학, 취업처럼 해야 할 인생 퀘스트를 완수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지금 회사가 내 첫 직장이라 적응하려고 지난 3년 간은 열심히였다. 예쁘게 봐주셔서 남들보다 진급도 빨리 했지만, 매사에 열심히 사는 게 썩 즐겁지 않았다. 꿈에서도 엑셀이 나오고,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악몽도 꿨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을 때, 과장님이 던진 '너는 취미가 뭐야?'라는 질문에 '없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입에 맴돌았다. 블로그를 쓰는 건 한 동안 비밀이지만, 29살에 나도 이제 취미 하나 생긴 거 아니겠어?
29살 김대리의 인생고민 #1 : 나 이거 잘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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